1) 일단 PD와 MD라는 내게 낯선 직무가 얼추 어디까지의 영역을 커버하는지 알게 되었다. 더 중요한 건 직무로서 책임과 권한, 이해의 경계가 생각보다 명확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맡은 역할을 각자 위치에서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 이외의 것들은 서로 도의적인 느낌만 가질 뿐이지 의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알게 되어 다행이다. 이기적이라고 욕 먹을까봐 두려워 호구처럼 살던 지난 날 덕에 적절치 못한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2) 타부서의 요구는 타부서의 요구일 뿐이다. 회사를 하나의 유기체로 생각해버려서 서로간의 선을 긋는다는 사고를 잊고 말았다. 군대에서 단장실과 밀접한 부서에서 복무했었다. 타대대에 전화 걸어서 지금 단장님이 지시하시는 건데 어서 해야 하지 않느냐며 공갈 치는 것만 잔뜩 배웠다. 수업을 들을수록 그냥 상황마다 다 다르게 맞춰가야 한다는 걸 다시 느끼는 중이다. 머리가 굳어서 정말 젊은 꼰대가 된 느낌이었는데 이전에 배운 것들은 그저 그때의 것들로 남겨두고 사고를 많이 바꿔야겠다.

3) 남이 일군 회사에서 '감 놔라. 배 놔라.' 라며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얘기이다. 잠시 시대가 바뀌어 가니 가벼운 수준이면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 했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알아서 어느 정도는 맞추어 가기 마련이다. 굳이 나서서 주인행세를 해서는 안된다. 정말 비상식적인 회사라면 그만두면 되는 것이다. 조직을 끌어가는 역할은 내게 주어진 게 아니다. 나는 내 역할에 집중하면 된다. 

4) 나보다 더 오래 그 집단에 소속된 사람, 특히 인사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어떠한 자극도 가게 해서는 안된다. 그들도 사람이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듯이 침묵하는 게 낫다. 인사고과를 평하는 것도 그들의 업무이다. 인수인계를 하는 게 아니고서야 무슨 일이든 상하급자를 막론하고 또 그 업무를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현재 담당자에게 훈수 조차 두는 것도 조심스러운 일이다. 하물며 고유 권한을 부하직원이 침범하듯 하는 것은 더욱 큰 갈등을 나을 뿐이지 하등 도움이 안된다. 그저 묵묵히 성과를 내며 계속해서 기다리는 것만이 방법이다. 만일 명백히 부당한 처우를 계속 당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와의 인간관계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 또한 운 좋으면 관계가 개선되어 나아질 것이고 아니라면 무슨 수를 써도 안될 것이니 계속 근무하려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수업에서 자꾸 정말로 내가 생각하는 가치대로 현상을 보지 않고 정답을 맞추려고 해서 간단한 게 어렵게 느껴진다. 조금 편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차분히 고찰해봐야겠다. 원래 내게 취업에 적합한 면이 있다면 이는 잘 유지하고 잘못된 생각을 지녀온 게 있다면 깔끔하게 버리고 나를 그에 맞게 잘 조정해야겠다.

Attitude - 어떤 분야에 도전해왔는지, 낯선 분야에 도전하면서 빨리 분석하는 능력을 키우고 배우려는 자세를 익혔다.

 '가능성'이라는 개념과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전문성과 가능성 중에서 가능성에 더 비중을 둔다고들 한다. 회사 생활에서 지식 측면에서는 본인이 아는 부분도 있고 모르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은 현직자든 다른 경쟁자들 중 누구든 거의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직이나 몇몇 직무가 아니고서야 회사생활하며 배우는 게 지식면에서 엄청나게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 일한 어른들일수록 제대로 공부라는 걸 해본 지가 오래 되어 똑바로 아는 게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굳이 비싼 돈 내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스펙을 쌓아온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는 현실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모두들 당장 들어가서 하게 될 문서작성이라든지 실무 측면에서 그 회사의 일원으로서 맡게 될 거의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서는 햇병아리일 뿐이다. 즉, 이 백지장과 같은 상태에서 그 회사의 것들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빠르게, 적극적으로 흡수하는지가 주된 평가요소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향후 회사에 얼마나 적응하고 기여할지 그 가능성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